[돌]-좋은글 ♡감동글-

최초의 고백

굴러온돌 2006. 6. 28. 20:02

 

 

 

비가 추적이는 회색의 계절이 계속되며 나는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저지르기 시작한 내 행위에 대한 심한 갈등때문이었다

 

 

 


그 기묘한 일의 시작은 잡지사의 청탁을 받고 마감에 쫓기다가

문득 영감처럼 S F 를 써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 부터였다

 

우리가 속한 태양계는 은하계의 극히 일부이며

은하계 역시 우주의 극히 일부..그 거대한 우주에는 얼마나 신비한 일이 많을까?

 

 

아마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뒤틀린 우주의 함정에는 엄청난 비밀들이 웅쿠리고 있을 것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작품의 배경이 될 가상의 행성을 하나 머리속에 선정하였다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물과 빛이 있었고

 


 

작품의 주인공이 있게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문명을 부여하였다

 

 

 



모험과 액션을 연출하기 쉽도록

 

적당한 야만성과 폭력성이 필요하였고

거리의 모습, 남녀간의 사랑까지 구상하였다

 

 


거기까지 구상을 마치고 의자 등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려는 순간

 

노트북의 모니터에 있던 워드프로세서의 글자들이 고물 고물 사라지며

지금까지 내가 구상하였던 행성의 모습과 장면들이


거짓말처럼 그래픽 화면으로 펼쳐지는 것이었다

 

 

 


기대었던 의자에서 화들짝 몸을 일으키고 화면을 다시 보았을 때는


어느새 그래픽 화면은 사라지고 활자들만 남아있었다

 



환상의 세계로 들락거릴 수 밖에 없는 S F 를 구상하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쓴 웃음이 나왔다

 

 



창밖을 두들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다음 구상으로 접어 들었으나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모니터에 떠 올랐던 사실때문에


문득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주인공 중에 조역정도의 역할을 내가 직접해 보면 어떨까


나는 남녀 주인공의 중간에 서서 나레이터정도의 역할을 맡는거야

 

 



작가이며 출연진이 되는 것도 재미있을거야


그러자 내 역할이 점점 구체화되어 만족할 만한 줄거리가 만들어졌는데

 

그 순간 또 다시 모니터의 화면에 주인공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이 그래픽으로 떠 오른 것이다

 

 

 


그래픽으로 떠 오른 화면은 사진처럼 너무나 사실적으로 나타났다

내가 서 있는 건물뒤로 고양이가 한마리 걸어 가고 있었고


방금 전투를 마치고 승리한 주인공의 어깨에 기댄 여주인공의 머릿결이


살랑 살랑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작업실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대로에는


전력질주하는 승용차만 간간히 보일 뿐 가랑비가 계속 추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상하며 나 자신을 출연시키다보니


착란증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차분히 머리를 식히고 생각하니 그 행성에서 내가 탈출하여

줄거리 밖으로 나오도록 구상하면 환각에서 빠져 나올것 같았다

 



남녀 주인공은 종말로 치닫는 그 행성의 운명을 막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며 다른 과학자와 동행하고

 

나는 주인공을 배웅하는 장면으로 끝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작품에 내가 끼어 드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되었으나

작품에서 빠져 나오는 데는 이미 내 의지와는 다른 어떤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작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아직도 수십년의 세월을 지구라고 불리우는 그 행성속에서 살고 있다

 



밤이면 멀고 먼 별빛으로 보이는

 

내 고향 행성을 바라보며 향수를 달래곤 하였으나

흐린 날씨가 계속 되며 별조차 볼수없게 되자 내 우울증은 극에 달했다

 



 

오늘도 작품속의 별에 갇힌 외로움과 절망감을 잊기 위하여

인터넷을 접속하여 배회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며 더욱 고향별이 그립다

 

 

나 좀 내 고향에 보내 줘...흑흑

 

 

(비밀입니다만..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닙니다)그것을.. 또 통채로 가져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