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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찻집

굴러온돌 2006. 1. 22. 11:58

그 겨울의 찻집

커튼 대신 블라인드가 넓은 창을 가리고 있는 찻집은
안과 밖을 두꺼운 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마른 꽃으로 장식된 구석자리를 찾아 앉으면
최신 유행음악이 귀를 따갑게 한다

우리 일행을 빼고는 모두가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우아하게 분위기에 젖어
차 한잔 마시며 추억을 얘기하러 왔는데
우리 아이들 또래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외계인 보듯이
흘깃흘깃 아래 위를 흘겨본다

그 옛날, 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시골 역전 다방에서 기차시간 기다리며
처음 마셔 본 꿀차의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내게는 찻집이라는 곳은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내리는 2층이 아니면
지하의 컴컴하고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찻집에서 내다보는 바깥의 풍경도 다양하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늑한 인생의 겨울을 쉴 우리들의 찻집은 어디에 있을까
회색빛 하늘 아래의 하루 길이가 더 짧게 느껴진다.

<바람 부는 세상에서> 中에서..
지은이 - 정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