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커피를 마시다가...
언제부터인가
꽃무늬 찻잔에
펄펄 뜨거운 물을 붓다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커피입자를 보면
내 맘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황급히 마시다가 입술데여
망울망울 수포 생기고
어언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버린 찻잔을 저으면
왜, 심연에서는 파문이 이는걸까
중년이 되면 가슴이 공허해지고
텅빈 마음 무엇으로든 채우고 싶은 것일까
식구들 휑하니 나간 자리에 앉았으니
괜시리 눈물이 맺혀진다
중년이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투명한 거울앞
내 모습은 왜 이리도 초라하여
가느다란 머리카락마저 축 늘어졌는지
속빈 강정같은 주머니 사정 어렵고
마음은 천근같이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겠지
절반쯤 올라온 계단앞에서
벽에 걸린 시계추를 보는 정오(正午)에
헤즐럿향 베인 내 삶의 향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