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 가셨습니다 / 雪花 박현희

임은 가셨습니다.
동녘 하늘에 환히 빛나던 큰 별
빛을 잃고 스러지며
아! 우리의 임은 가셨습니다.
소용돌이치는 한 시대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시고
암울한 역사의 산 증인이셨던
제15대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바치시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던 정신적 지주이자
민주화의 큰 별이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또다시 보내야 한다니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군부 독재의 칼날 앞에서
오로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납치와 수차례의 투옥 그리고 사형선고까지 받으면서도
불사조처럼 꼬꼬시 일어나셨던 임이셨는데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하고
역사의 한 장 속으로
임을 묻어야 한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이 슬픔을 어찌할까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볕이라는 햇볕정책으로
조국의 평화 통일을 염원하던 임의 꿈은
살아생전에 끝내 보지 못하고
평화 통일의 염원을 차세대의 몫으로 떠넘긴 채
민주화의 거목인 임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임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임께서 남기신 민주화의 발자취와 평화 화해의 이념은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로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생로병사 또한 자연의 일부이거늘
뉘라서 거역하오리까.
모진 고난과 시련을 견디고 피워낸
한 떨기 인동초처럼 사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이 없는 천상낙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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